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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형제 삼 형제가 다녀 갔다 집안의 중추인 세 째, 네 째, 다섯 째 삼 십여년 전 빡빡머리 소년들이 중년의 삶을 거느린 가장들이 되어 각자 짊어진 십자가를 즐겨 지고 역동적인 파도를 내다보는 고스락의 방갈로 조개가 굽히는 동안 찾아준 아우님들이 마냥 고마운지 불콰해진 낯빛, 형제애에 성급히 취한 .. 더보기
달 아래 마을의 기도 자고 새면 날이 가고 시간의 바퀴가 지나친 무한 공산 위를 서서히 기울다가 차오르는 달 사람을 그리워 하는 밤이면 부드러운 혀 같은 위로와 아가의 입맞춤 같이 위무의 기쁨을 던지던 달빛. 정월 대보름 달빛 아래 서면 숭고하게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뜨거운 진실이 거침없이 뛰는 .. 더보기
[스크랩] 비의 그림/김옥남 비의 그림 김옥남 비가 아침부터 길바닥에 그림을 그린다 점점이 퍼져가는 빗방울들 너의 얼굴은 동그랬지 눈과 코 두툼한 입술선의 음영 굵은 목선은 그리움 때문에 자꾸 덧칠이 되고 여름내 밤마다 잠들지 못한 아픔의 편린들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에 상처로 번져간다 네가 부르는.. 더보기
[스크랩] 하얀 목련 / 김옥남 하얀 목련 / 김옥남 방금 기도를 끝낸 하얀 성의의 천사들이 꽃등불을 밝히고 삼월의 뜰을 걸어 나왔다 하늘을 향해 목울대를 곧추 세우고 꽃송이 송이마다 볼을 부풀린 것이 지휘봉을 휘두르는 바람의 호흡 따라 지금이라도 곧 봄을 찬양하는 합창을 시작할 것만 같다 더보기
[스크랩] 외국어로 온 편지/김옥남 외국어로 온 편지 / 김옥남 방언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해도 말은 분명히 말이니 너는 네 말만하고 나는 내 말을 할 뿐이나 우리가 서로에게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하랴 사랑한다던가 예쁘다던가 행복하다는 말 고맙다는 방언은 알아 들으니 더보기
질그릇 당신/회갑을 맞는 남편에게 바치는 시 불속에서 견딘 연단의 시간 있어 무르고 부서지던 흙이 단단해 졌으리라 오랜 질고를 견딘 예순 한 해 수많은 잔금을 새기고도 쉬이 깨어지지 않는 까닭을 묻지 말아라 뜨겁게 길러온 사랑을 담기에는 가볍게 식지 않을 투박함이 좋아라 다듬어지지 않은 순수가 좋아라 놓이면 놓인 공간에서 일체를 .. 더보기
생각의 차이 국보를 태우고도 제 탄 속마음만 들먹 거릴 뿐 전 국민을 망연자실 비탄에 빠뜨리고도 다른 인명을 다치지 않은 선택이라 자위하던 사람 나이란 숫자 평생 살아야 백 년 철이 든들 얼마나 들까 칠 순 나이도 별 것이 아니더라 나를 죽여 다른 이를 살리는 자아 초월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나를 다스려 이.. 더보기
간다 쉬지 않고 간다 탄생 이후 죽음에 이르기까지 쉬임없는 연단의 걸음이다 바람이 산 등성을 넘는 고개마루 해가 뜨고 지는 지점이 다르지 않음 같이 만남과 이별도 하나였을까 한 때 마음이 건너던 강을 길이라고 불렀으니 너에게로 가고 나에게로 오던 길 바람이 우리를 떠 밀고 가는 보이지 않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