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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찌찌/동시 짹짹짹짹 우는 새 크게 웁니다 아앙아앙 우는 아기 크게 울 때면 재빠르게 찌찌물려 달래는 엄마 짹짹짹짹 나무에서 울고 있는 새 엄마새는 어디 가서 찌찌 안주나 더보기
바람/동시 바람이 오늘은 골이 났어요 만나서 볼 비비고 안아주고 싶어서 먼길을 마다않고 달려 왔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반겨주던 친구들이 집집마다 창을 닫아 쫓겨났어요 바람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툭, 하고 소나무 등짝을 걷어 차고 가는 길 솔잎 몇개 말없이 떨어집니다. 더보기
확인/동시 쪽지를 줄 땐 재잘재잘 수다를 담고 문자로는 콩닥콩닥 뛰는 마음 보냈는데 전화도 않고 문자도 안보내면 우린 말 않는 거야? 우리 이젠 안 사귀는 거야? 더보기
누나/동시 내게 첨으로 원피스를 입혀주고 내게 첨으로 머리핀을 꽂아 주고 내게 첨으로 연지 곤지 발라 주던 누나가 시집을 간다 아무도 몰래 신랑을 시켜주고 아무도 몰래 신부가 되었던 누나 어떤 날은 엄마가 되었다가 어떤 날은 호된 선생님이 되었던 누나 누나는 이제부터 뭐가 되려나 진짜진짜 신부되어 .. 더보기
검은색 부츠 쇼윈도 가장자리에서 날렵한 맵시로 뽐을 내는 부츠 검고 윤기 흐르는 흑마를 연상케 한다 나를 태우고 타그닥타그닥 중세의 유서깊은 골목 구석구석을 모자이크 된 바닥 돌에 발굽 소리를 새길 것 같아 기분 좋게 한 쌍의 흑마를 샀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탄력있는 둔부를 움찔거리며.. 더보기
빈잔 투명하게 내부를 보여주고 있어 비어있는 공간을 무엇으로든 채워주고 싶었다 고독을 두 손으로 감싸안고 들이킨 당신, 그 빈잔을 차갑지만 따스한 온기를 담으면 금새 따뜻해질 당신의 영혼을 이 가을날 어떻게 모른척 할 것인가 진실이 증발해 버려 증명되지 않는 사랑을 몇 줄 시혼으로 담아낸들 .. 더보기
추억 추억 당신은 오늘밤에 불을 밝히셨나요 누군가의 가슴에 지필 불씨 하나 품었나요 넘나듬이 가능한 마음의 길을 뚫어 당신을 기다리던 날들이 있었어요 넝쿨 손을 뻗으면 금새라도 감겨들고 또아리 튼 고독을 한 치 두 치 풀어 내던 겨울로 가는 밤이 따스했던 기억 추억은 오렌지 빛 화안한 통증입니.. 더보기
여행 앞둔 전날 새벽이면 길 떠날 여행의 전날 밤에 서성이며 잠 못 이뤄 몸 먼저 떠난 길을 어찌해 방해하는가 심술궂다 소나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