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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선물 스쳐도 마냥 좋은 향내를 코끝에 당겨 본다 동양란이 밀어 올린 꽃대가 향을 피웠다 가며 오며 마음 설레이며 동동 실없이 웃음꽃 피게하고 발끝을 들어 올리게 하는 향기 향기의 밭을 걷는다 발자욱 옮길 때마다 가슴속에 작고 큰 파문을 일으키는 즐거움 마음의 일부분에 기쁨을 파종하여 감사의 마.. 더보기
사람2 심중을 알길 없었다 허나, 종종 자신의 생각이 드나들이 하는 유일한 문을 통해 한 마디 두 마디 쌓아 올린 업보가 원망으로 둘러친 성이 되었을 때쯤 그가 지닌 파괴성에 몸서리 쳤다 불평을 가슴에 품은 사람은 언제라도 화약이 될 수가 있다 더보기
송운 현원영/시조 배움을 그쳤다면 스물도 늙은이요 여든도 도전하시니 청춘이 아니리요 푸르다 문학을 향한 뜻 젊으셔라 시조사랑 송운 현원영 선생님의 처녀 시조집"타는 노을 옆에서"를 받았다. 여든 연세가 믿기지 않는 맑고 고운 목소리 전화를 통해 인사를 나누면서 시조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느꼈다. 2006년 12월.. 더보기
딸1 그년 생긴 콧대가 농이 서발이네 손주를 기다리시던 할머니의 첫 손녀와의 대면에서 뱉은 말이 그러했다 심통 사나우셨던 시어머니의 천대속에서 딸만 줄줄이 셋을 낳으신 어머니 자라면서 늘 아들이 되지 못한 것이 죄송했다 딸은 까닭도 모른채 미안한 존재였다 *농이 서발이/시집갈 때 신랑측에서 .. 더보기
사람1 덕이 되라 해준 충고가 비수되어 돌아오는 이중성을 몰라 보고 허를 찔렸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감춘채 말끝마다 날이 선 서슬 퍼런 사악蛇惡함 머리검은 짐승은 거둔대로 악물한다던 옛어른의 말씀이 그릇되지 않아라 더보기
죽음의 문 이소장 어머니가 돌아 가셨다 한다 올해 아흔 네 살 할머니 잠자다가 잠결에 꿈나라를 가시듯이 다른 세상으로 가신 할머니 백수를 누리시다 고통없이 가셨으므로 사람들의 낯빛에 슬픔은 없고 오히려 미소가 잔잔하다 설을 코앞에 둔 단대목 저마다 제 조상을 만나러 길 나서는 때 가족들만 모여서 .. 더보기
봄비 봄을 깨우는 소리를 듣네 자박자박 걸어와서 굳은 땅을 두들기는 손길 두텁게 여러겹 다잡지 않고서는 혹한의 매서운 바람 견딜수 없어 모질게 버틴 만큼 쉽사리 열리지 않는 문 밤새도록 듣는 유년의 자장가 소리 언 마음을 녹여 달콤한 휴식을 주네 이 비 그치고 나면 순후한 암컷처럼 몸을 열어 씨.. 더보기
새해의 무늬 어둠속에서 출발한 차는 띠를 이룬 차량들의 불빛을 피해 외곽도로를 달려갔다 새해 첫날 일출을 보기 위해 닿은 비학마을의 망향비를 품어안은 바다 파도소리를 밤낮없이 듣는 이 마을 망자들의 무덤들이 수런수런 어둠속에서 깨어나는 듯하다 이윽고 바다에서 태어나 구름의 휘장을 뚫고 떠오르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