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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꽃비로 오는 사람 누군가 한 사람을 가슴에 심는 일은 봄날 꽃비 내리는 꿈보다 감미롭고 누군가 한 사람을 노래하는 일은 물총새 깃을 치며 일구어 내는 호수의 잔물결 보다 고와라 누군가 한 사람을 내게로 맞이 하는 일은 들꽃 한 움큼 가슴에 끌어안듯 삶의 향기에 아련히 취하는 일이다. 1995년 발표 더보기
어리삐리 가끔 생각하기를 어리삐리한 나는 남편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까? 아침에 눈을 뜨면서 듣는 몰몬경의 말씀은 매일 매시간 유념하는 남편의 신앙 덕분. 가뭄이 심한 올해 여름 긴 호스를 꽂아 바삭 말라가는 식물체에게 물을 주는 일. 불 앞에 서서 식사를 준비하는 나의 맨발을 오른 발 .. 더보기
족장님의 꿈/2017년 8월 9일 오전 10:46 족장님의 꿈 (칠순을 맞는 남편에게) 잠자는 당신의 숨소리가 거칠다 창과 방패를 들고 누구랑 전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삶이란 늘 그랬지 가장이라는 이름이 그럴 것이다. 먹거리를 위한 투쟁 없이는 연장 될 수 없는 삶이었기에 지니고 있는 부드러움이 자칫 연약함으로 비칠까 거머쥔 의무에 힘이 들어 갈 수 밖에 없었으리라. 잠자는 당신의 꿈을 들여다 본다. 당신의 꿈이 안개처럼 스믈스믈 피어 올라 내 안으로 스며들어 둥지를 튼다. 나이 칠순이되어서야 당신의 로망이 현실이 되고있다. 오래 견뎌준 시간의 힘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지상의 삶을 통해 얻는 슬픔이라는 경험. 병마와 외로움, 심지어 그 어떤 억울함 마저도 유익이 되리라는 위대한 진리. 진리로 자유롭게 된 당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즐겁게 행할 .. 더보기
딸들에게 리아호나에서 읽은 기사가 생각났어 감독님은 농부였는데 밭 가운데 홀로 멈춘 감독님의 말은 그분이 두고 가신 당신의 일이었고 말이 멈추어 있는 풍경은 누군가를 돌보려고 마주해 있을 감독님의 시간이었단다. 그런 풍경은 너무도 익숙했고 밭가운데 서있는 감독님의 말은 기념비적.. 더보기
혼자라는 말 혼자가 된 사람만이 아는 말 혼자가 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말 혼자 아닌 존재는 없노라며 생각 속, 영혼의 갈래에서 배제된 존재들을 내세워 증명해봐도 혼자라는 말은 앉을 때마다 삐거덕 못이 헐거워진 의자처럼 위태롭고 빈 항아리처럼 우웅대는 깊은 공허를 담고 있다. 더보기
봄비 2006년 10월 25일. 야후 블로그에서 활동하신 리치님이 그림 겨우내 언 대지에 토닥토닥 말 걸다가 어느새 기세등등 내리는 빗소리. 간밤 빗소리에 둥둥 떠다닌 나의 잠은 연못 속의 하얀 종이배 동글동글 제자리에 맴을 돌아도 평화로운 리듬이 편안하여라. 봄이 오는 길에 얼음 먼저 녹이.. 더보기
그리운 신작로 신작로가 그립다. 맨발로 뛰면 발끝에서 폴폴 먼지를 일으키던 길. 시작로에서 만난 아줌마가 초록색 공작실로 짠 코트를 볏겨 간 겨울 한 코, 한 코 사랑을 엮어 짜신 정성이 허탈하게 하루만에 갈취를 당하고 우는 나를 가난하던 시절 눈에 띄게 고급스런 옷을 탓하고 아이를 해치지 않.. 더보기
창 안에 갇힌 바다 날마다 바다 내음을 가두어 둔 방에서 날숨을 쉴 때마다 바다를 풀어 내며 물굽이 치던 외로움을 견뎌야 했으리라. 바다는 때로 잔잔하고 더러 험악하게 찌푸리며 감정의 높낮이가 들쭉날쭉 종잡기 어려웠다. 살아 보겠다고 끙끙대며 이삿짐을 부린 집에서 바다처럼 변덕스럽게 죽음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