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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어리삐리

가끔 생각하기를
어리삐리한 나는
남편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까?
아침에 눈을 뜨면서 듣는
몰몬경의 말씀은
매일 매시간 유념하는 남편의 신앙 덕분.

가뭄이 심한 올해 여름
긴 호스를 꽂아
바삭 말라가는 식물체에게 물을 주는 일.

불 앞에 서서 식사를 준비하는
나의 맨발을
오른 발 한번 들고 왼 발 한번 들게끔하며
집안 전체에 걸레질을 하는 것도
깔끔한 남편.

근래엔 밥하는 일, 설거지 하는 일
가리지 않고 도와주고
자기 빨래는 항상 자신의 손으로 손빨래하고
강아지 배설물, 강아지 오줌 받이를
깨끗하게 빨고 치우는 몫도 기꺼이 자청한다.

운전 연수를 하다가
내 차가 시골동네 고추밭으로 진입했을 때
브레이크를 밟도록 차분히 깨우쳐주고
비싼 수업료 지불하며 숙달되는 것이 운전이라며
미숙함을 당연한 일이라고 감싸주던 남편.

너그럽다, 가끔 급한 성질만 빼면
친절하고 자상하다.
세상일 도통 모르는 내게
호흡을 유지케하는 산소와 같고

그리고픈 사랑을 그려내는 하늘의 솜털구름
그의 사랑은 풍성하고 부드러우며 유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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