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시

관계 마른꽃 몇 다발을 손질했다 수분을 거두어 들이면서 안으로 갈무린 향기가 풀썩 먼지처럼 떨어진다 뚝뚝 꽃가지의 관절을 부러뜨렸다 싹둑 가위질을 한 단발머리 같이 빨강, 인디언 핑크, 노오란 장미 봉오리들이 꽃잎을 떼어내고 꽃단지를 장식한다. 단지에 꽃을 꽂으니 꽃단지가 되었다 나와 당신.. 더보기
은행잎 천지에 노오란 등불을 켠 한 계절이 가고 있다 철없이 누군가를 그리워한 시간 내내 마음에 촉을 밝혔던 그리움의 등 목소리를 들으면 가슴 가아득 안겨오던 사랑의 물결도 천지를 저토록 휘황하게 밝히는 꽃등불이었을까 나뭇잎이 진다 져버린 잎새들이 날리는 거리 첫눈이 내렸고 겨.. 더보기
여섯 손가락 남보다 손가락을 하나 더 갖어 육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아재 남보다 가슴 하나 더 갖었기에 잉여분이 좋은 것만 아님을 안다 넘침은 모자람 보다 못하여 오히려 가슴을 앓고 多情을 병처럼 아파하였나니 더보기
종소리 둥근 울음이다. 깊은 한이 목울대를 울리는 소리 사람들은 자신의 한을 곡비로 울어 달라는 듯 종을 울린다. 우우웅 데엥 뎅 우우웅 골짜기를 거슬러 오르며 삼라만상을 쓰다듬는 투박한 손 그 손의 온기로 어떤 이는 같이 울고 어떤 이는 흘리던 눈물을 거둔다. 더보기
겨울 나기 시나브로 흥청거림이 잦아 든 거리에 사람들의 발자욱이 지워지는 중입니다. 어제 당신이 걸었거나 오늘 아이들 웃음소리가 튀어 오르던 길엔 회색빛 침묵이 두터운 카핏을 두르고 있습니다. 상처인줄 몰랐던 신체 일부에 아픔들이 적나라 해 지는 계절 이 계절에 당신이 어떤 아픔이라.. 더보기
기억 세상의 모든 것을 잊을지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으리라 조금전까지 알아보던 아빠를 몰라보고 외할머니를 모른다니 너는 누구니? 몇번의 수술이 갖어온 후유증으로 자신의 이름도 모른다면 너는 누구냐? 만사를 모두 아시는 이만이 너를 아시고 너는 잊었을지라도 네 부모 혈족은 너를 알리니 부.. 더보기
바람의 노래 바람에게 노래 한 곡을 청한다 그에게 그렇게 한 것처럼 그는 영혼의 색깔이 바람과 같아 휘적이는 걸음걸음이 노래였다 더러 슬픈 것 같다가도 흥겨움에 이르며 고조되는 노래 쌩쌩 들판을 가로지르던 속도를 늦추고 앞 이마의 머리카락을 조용히 빗질한다 12월의 첫날 아침 나의 창밖까지 와서 몇잎 .. 더보기
심각한 고백/동시 심각한 고백/ 오태양 '우리 형제들은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지 않습니다. 다섯 째와 여섯 째 동생들만 순종을 잘합니다. 잘 치우지않고 어질러 놓습니다.' 제법 키가 자란 태양이의 말입니다. 여섯 남매중 셋 째 유일한 남자 아이 어린이 반에서 간식을 받으면 쪼르를 달려 와서 엄마손에 쥐어 주고 엄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