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시

여수에서 낮은 구릉위에서 내려다 본 바다는 작은 섬들을 자식처럼 거느리고 오수에 잠겨있다 가을 따가운 볕살이 정수리에 머물 무렵 숲이 내뿜는 쌉싸롬한 향기가 느직하고 여유로운 걸음마다 묻어난다 여수땅을 둘러 본다 국토의 서남단 남해안 벨트 이곳에 꿈의 씨앗을 심으려는 이들이 한 자락 의혹과 기.. 더보기
오늘 일기 턱을 바닥에 닿게 하려 앉은 자세에서 허리를 늘리며 호흡을 잠시 참았다. 매일 조금씩 더 잘 참게 될 호흡과 동작으로 지금은 산맥처럼 높은 허벅지를 수월하게 지나 마침내 턱을 바닥에 놓게 될 것이다. 시를 읽고 수필을 읽었다 글들이 점점 거리를 당겨 온다 다리와 팔, 등과 허벅지, 배 날개죽지의 .. 더보기
귀가 먼길을 다녀 온다 떠났다가 되 오는 길 하늘 구름 끌어내린 산등성마다 아카시아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낯익어 어느사이 나의 것이 된 산야 어디 낯선 길을 걷다 돌아 가게 되려는지 최후의 여행은 참다운 귀가일 터 달리는 차에 몸을 맡긴 이틀간 전신을 휘감는 기분좋은 피로감 돌아오는 길은 나른하.. 더보기
타인 그간의 호흡을 지탱해준 산소 마스크를 떼면 당장이라도 육신을 떠날 간당간당한 생명 남아있는 자들이 떠나보내 주지 않는 한 죽음이란 문을 통해서 다른 생으로 가는 길은 열리지 않는다 새롭게 태어난 어린 생명이 젖을 보채는 것처럼 아이도 어른도 아닌채로 먹고 잠자고 싸는 본능만이, 남은 생.. 더보기
딸 세영에게 전화선을 타고 기류도 따라 흘러 네가 추워하면 나도 추웠다 스키보드를 타다가 앞니를 부러뜨린 날 하얀 눈위를 물들이던 선홍빛 붉은 피는 아픔보다 두려움을 부추겼으리 그 밤에 우린 서로 너무도 멀리 있어 도움의 손길이 아득하였지 네 아픔을 고스란히 끌어 안고 싶었으나 사랑이 멀리 있으니 .. 더보기
별에게 별이 어느날부터인가 밀다가 당긴 자욱마다 가슴으로 이는 회오의 바람이 거세었어 가슴을 관통하던 칼날이라니 천상의 음률을 연주하던 입술로 낮은 음계로 내려서는 음울한 가락을 연주하게 된 업보 더는 가볍게 날아 오를 날개를 잃어버린 것 곧잘 철없이 날개를 펴서 날고저 했던 날들 서서히 박제되.. 더보기
고백 뭐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음표를 던집니다. 번연한 물음과 대답속으로 꿈틀,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마음이 일으키는 조용한 파장이 무수한 동그라미를 그리다 스러집니다 한 바구니의 고백과 한 광주리도 넘는 그리움을 매일 주섬주섬 주워 담습니다 누구에게도 말고 나에게만 보여준 뒤 날마.. 더보기
뜨인 돌 너를 떠나기 위해 스무 자루 넘는 꿈을 폐기처분 해야 했고 억겁을 몸에 두른 그리움의 초록 이끼를 벗겨야만 했더라 너와 나 나를 아랫단 삼아 네가 쌓이고 너 위에 나를 쟁여 한 몸을 이루었거니와 탑을 무너뜨려 이사를 한다 이별이라 하지 않고 뜨인 돌이라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