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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노을 서쪽 산등성이를 물들이며 그대 낯붉히고 오시나이다 처음부터 그대는 부끄러울 것을 염려하시더니 홀로 곧잘 낯을 붉히십니다. 그대가 물들이는 져녁빛에 함께 물들어 그대의 부끄러움을 까맣게 지우고 싶었습니다. 어느날은 나 먼저 서녘을 물들이며 까무룩히 소진되던 밤을 기억하시나요 하루해.. 더보기
캠프 파이어 1. 불꽃이 피어 올랐다 낮동안 강으로 가면 강으로 따라오고 숲속에 들면 숲으로 따라나서던 있는 듯 없는 듯 희미하던 달이 존재를 확인시키는 밤 록키의 거대한 줄기 유인타스 만 피트가 넘는 고산지대에서 캠프 파이어를 한다 타닥타닥 마른 장작이 불똥을 튕기며 어둠을 사르고 있다. 황홀한 유희 .. 더보기
이상한 아픔 빛을 찍어야 그림자가 드러난다며 꽃만 보려하는 시선을 나무랐다. 꽃만 보이고 꽃을 피워낸 햇살과 바람을 보지 못했다. 꽃의 어여쁨에 끌려 향기까지 담아낼 듯 셔터를 눌러대던 미숙함. 무엇을 잘못 담았던 걸까 빛과 그림자가 엉켜버린 듯 선명치 않은 피사체. 무엇인가 있었던 자리.. 더보기
거울 호수 한 장의 연잎으로 떠 있다 미동 없는 노랑 보트 목마른 사슴이 눈덮인 산을 내려와 목을 축이는 거울 호수 소금쟁이의 가는 다리와 같이 듬성듬성 물위를 건너는 그리움 물 건너 대양너머 두고온 사람이 있어 저 가벼운 것, 발자욱 하나 남기지 않는 가벼움으로 그리움을 건너고 싶다 물위에 떠서 젖지 .. 더보기
초콜렛 냉장고에 보관된 그가 안전하군요. 사막의 더위가 고형의 틀을 녹일까 마음 졸였거든요 그는 내게 먹거리 이상입니다 그가 지닌 맛은 사뭇 복합적이지요 달콤하지만 달지만 않고 쌉싸롬하지만 쓰지 않지요 맛으로 그를 분석하는 일은 불가능 합니다 매혹인 거지요 그 매혹을 사기로 한 순간을 기억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