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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그간의 호흡을 지탱해준
산소 마스크를 떼면
당장이라도
육신을 떠날
간당간당한 생명
남아있는 자들이 떠나보내 주지 않는 한
죽음이란 문을 통해서 다른 생으로 가는 길은 열리지 않는다
새롭게 태어난 어린 생명이 젖을 보채는 것처럼
아이도 어른도 아닌채로
먹고 잠자고 싸는 본능만이, 남은 생애의 전부인 치매노인은
손녀딸의 결혼소식에도 끼어들지 못한다.
당신이 슬플 때 누군가가 기쁘고 누군가가 아파할 때
당신이 즐거울 뿐,
타인의 행복을 부러워 할 필요는 없다.
행이든 불행이든 이 생의 모든 것은 당신이 누렸거나 앞으로 누리게 될 것들이다.
시간의 사이클이 다를 뿐 같은 수레를 끌고 온 길이 보이지 않는가
타인과 더불어서 기뻐하라 타인과 더불어서 슬퍼하라
타인은 결코 당신과 분리되지 않는 또 다른 당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