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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서쪽 산등성이를 물들이며
그대 낯붉히고 오시나이다
처음부터 그대는
부끄러울 것을 염려하시더니
홀로 곧잘 낯을 붉히십니다.
그대가 물들이는 져녁빛에 함께 물들어
그대의 부끄러움을 까맣게 지우고 싶었습니다.
어느날은 나 먼저 서녘을 물들이며
까무룩히 소진되던 밤을 기억하시나요
하루해가 저물무렵입니다.
천지를 덮는 어둠이 내리기 전
하늘 한 켠을 조심스럽게 밟아오는
그대 발걸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