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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단상

빌려 온 고향 마을에서 집으로 들어서는 마지막 골목 옆에는 나무 정자에 비스듬히 노구를 기대고 선 왕버들이 있다. 버드나무가 늘어 뜨린 실가지 사이로 강 건너 바라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워서 볼 때마다 경탄하곤 한다. 나의 고향은 회색빛 도시 부산. 전후세대에 성장기를 보낸 나는 달리면 뽀얗게 먼지 폴폴 일어나는 신작로에서 뛰어놀며 자라났다. 문학을 하며 시골 태생의 작가들이 비밀 무기처럼 보여주는 고향에 관한 무궁무진한 기억의 단편들이 늘 부러웠다. 실개천, 올챙이, 각가지 풀꽃들과 나비와 벌. 정겨운 낮은 담장 따위 산마을은 산마을 대로 강마을은 강마을이 품은 모래톱과 꼬물꼬물 성인이 되어서도 살아 꿈틀대고 있을 기억 속의 조가비 같은 추억들. 그것들은 아무리 부러워해도 나로서는 근원적으로 가질 수 없는 그들만의 보물.. 더보기
가을의 고독 40대 주부였을 때 부산일보사의 꽃방석에 실은 수필 ​ 오늘은 아침부터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두 딸과 남편이 부산스레 집을 나서고 나면 콧노래를 흥을 대면서 나는 청소를 시작한다. 흥겨운 음악은 흥겨운 대로 잔잔한 음악은 우수를 느끼면서 듣는 이 즐거움 오늘따라 비에 실려오는 상념이 더욱 새롭기만 한데 나는 느닷없이 나의 상념에 잠자리 같은 가벼운 날개를 달고 어디론가 감미로운 여행을 떠난다. 나는 이렇게 자신이 빠져드는 상념의 세계를 결코 탓하지 않으며 그것에 나를 맡기는 것을 즐거워한다. 왜냐하면 이 여행은 시공을 초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십여 년 전 여고시절로 가본다. 교정의 몇 그루 나무가 단풍으로 색채를 달리 할 즈음이면 교정의 뜰에는 국화가 다투어 곷망울을 열기 시작했었다. 국화 .. 더보기
촬영에 임하며 https://blog.naver.com/qeenk52/222401372675 더보기
나는 잃지 않았다 문단에 등단하고도 제한된 지면 탓에 문인들 대다수가 홀로 글을 쓰다가 처음 가진 열정을 지속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창작에 게을러진다. 나라고 다르지 않아 1995년 한국예총 예술세계 신인상으로 출발하여 몇 해를 문학 모임에 쫓아다니거나 선배 작가들을 따르는 즐거운 행보를 해오다가 작품생활로 이어지는 방법론에선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 인터넷 문학 사이트 문학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 그 공간에 있던 다양한 작가들과 매일 한 편 이상의 시를 쓰는 즐거움을 실행하게 되었다. 그 시간은 다른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며 배우는 시간이었고 습작의 기회가 되어 주었으므로 잠을 잊고 창작에 몰두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야후를 찾아 새 둥지를 틀게 될 때만 해도 작품의 수가 천 편 남짓했고 옮겨 놓기에 큰 힘이 들지 않았던 것 .. 더보기
이경열 시인의 작은 꽃들을 위한 시 시인으로부터 시집을 받고 즐거운 시 읽기를 하였습니다. 공감 가는 시 몇 편을 나누어 달라진 부탁에도 불구하고 그간 서울을 몇 번 오르내렸고 때가 마침 봄철인지라 여행에서 돌아와 집에 남편과 두 어린 강아지에게 못다 한 돌봄을 베푸는 한편 텃밭에 씨 뿌리고 밭작물을 돌보느라 아무리 시간을 나누어도 부족하여 이제야 시를 읽으며 마음에 진한 감동을 새겼던 작품들 중 몇 편 만을 얘기하는 즐거움을 가지려 합니다. ​ 시는 시인들의 전유물인양 생각하던 편협한 생각의 틀이 시심곳간을 통해 부서지는 참신함에서 제일 먼저 쾌감이 느껴졌습니다. 작은 꽃들을 위한 시에서 보여주신 섬세한 관찰은 꽃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하여 작거나 소소하다 하여 결코 빛이 바래지 않는 선물 꾸러미 같았습니다. 1연에서는 작은.. 더보기
영화 귀향을 보고 귀향을 보고 왔어요! 정신대 할머니들의 증언을 듣고 만든 영화죠. 귀신 귀鬼를 사용한 귀향! 만인의 공분을 사고도 남을 만행을 저질러 놓고도 일본 정부는 지금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더욱이 일본인들이 이.. 더보기
이 한장의 사진-----시간에 대한 소고 <부산 여성 문인회> 오래된 사진 한장을 보다가 회상에 잠긴다. 이날은 선배이신 모 시인의 시상식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날로부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으나 아마 십년은 족히 지난 일일 것이다. 생명과 더불어 주어진 시간이란 선물은 한 생명체에 주어진 수한과 더.. 더보기
남편의 블로그에서 뚱쳐 옴~ㅋ “새해 더욱 건강하세요. 사업도 홈런 날리시고 자녀들이 사랑스럽게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니 얼마나 행복한지요. 한 곳을 바라보고 함께 기도하니 이생의 여행이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아내가 안부 게시판에 남긴 글이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행복한 말은 없을 것이다. 아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