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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단상

이경열 시인의 작은 꽃들을 위한 시

시인으로부터 시집을 받고 즐거운 시 읽기를 하였습니다.

공감 가는 시 몇 편을 나누어 달라진 부탁에도 불구하고 그간 서울을 몇 번 오르내렸고

때가 마침 봄철인지라 여행에서 돌아와 집에 남편과 두 어린 강아지에게 못다 한 돌봄을

베푸는 한편 텃밭에 씨 뿌리고 밭작물을 돌보느라 아무리 시간을 나누어도 부족하여

이제야 시를 읽으며 마음에 진한 감동을 새겼던 작품들 중 몇 편 만을 얘기하는 즐거움을

가지려 합니다.

시는 시인들의 전유물인양 생각하던 편협한 생각의 틀이 시심곳간을 통해

부서지는 참신함에서 제일 먼저 쾌감이 느껴졌습니다.

작은 꽃들을 위한 시에서 보여주신 섬세한 관찰은 꽃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하여

작거나 소소하다 하여 결코 빛이 바래지 않는 선물 꾸러미 같았습니다.

1연에서는 작은 꽃의 향기가 골목을 온통 채우고 3연에서는 작은꽃의 뿌리가 절벽을 감싸 옹벽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4연에서는 하잘 것 없다고 업신여기는 존재여도 작은 꽃의 생명력이 보여주는

위대한 숭리를 예찬하고 태풍에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서는 불굴의 정신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7연에서는 작은 씨앗이 내장한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의 곳간>

제목-작은꽃 삼색 패랭이

잡초 사이에서 팔랑팔랑

나비 나래를 보았던 거야

땅에 붙박여서 날지 못하나

향기로 날아오르는 너

사방 천지에 삼색 나래를 나풀거리는

나비춤이 황홀하다

<시의 곳간>

제목-작은 꽃, 별꽃을 위한 시

애당초

크다거나 작다 하는

비교를 불허할래요

별꽃이라 불리는 나는 그대의 눈곱만 하죠

여리고 작은 꽃 한포기도

생명이 주어진 순간

존재 하나가 우주인걸요

사랑을 배우고

선물이 되려고 태어났지요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존재의 소임을 다하는 법칙

우주가 가르쳐 준 법칙이예요.

시가 뭐냐고 묻는 그대에게

이 시는 참으로 신선하고 재미있는 시였습니다.

두 살 손주가 처음으로 오줌을 누는 장면을 보면서 쉬-시가 실패를 거듭하다가

스무 하루가 지난 뒤 손주의 오줌이 시의 줄기가 되어 시를 엮어 낸 그 순간이 기가 막힙니다.

누군가 시인에게 시가 뭐냐고 질문하였던 것에 이 시가 곧 답이 됩니다.

3연과 4연이 참 경탄스러웠습니다.

시인은 이렇게 답합니다.

온몸을 휘돌아 나오지 않은

영혼을 어찌 시라 하겠는가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지 않는

생명을 어찌 시라 하지 아니하겠는가

그리고 이렇게 확언합니다.

몸 중심 끝자락에서 쏟아진

생명을 어찌 시라 하지 않겠느냐고

 

손주가 몸 중심 끝자락에서 오줌을 아니, 시를 콸콸 쏟아 내면서

시는 이렇게 탄생하였고

시인의 손주에서 다음 후손으로 생명의 창조가 면면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시간이 주어질 때 몇 편 더 쓸 기회가 되면 함께 나누겠습니다.

좋은 시로 감동을 주신 이경열 시인께 감사드립니다.

 

 

<2021년 5월 21일 네이버 브로그에 작성된 글을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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