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강추위 2015/02/10 15:18 가로등 불빛 아래 어지러이 감겨 돈다. 싸락싸락 내려쌓일 싸락눈의 춤사위다. 내린 눈은 땅위에 머물지도 못하고서 바람의 발치끝에 휘익 쓸려 가버린다. 오래된 나뭇가지가 절로절로 솎여 강한 놈은 살아 남고 곁가지가 떨어진다 겨울 들어 처음으로, 젖혀뒀던 커텐을 성급히 끌어 당겨.. 더보기
달빛이 밝아 2015/02/04 11:44 달이 빛을 발하여 꽁꽁여민 어둠의 속살까지 보여주는 밤. 아름드리 프라다나스의 우람한 뒤편 긴 세월 마을의 수호자였던 장승들을 만난다. 어둠 속에선 기괴한 느낌에 다가서기 꺼렸던 사물들이 어렴풋한 빛 속에 포근하고 정겹다. 나갈 길과 머물 곳을 보여주는 빛. 창공에서 부여하.. 더보기
문턱을 넘다 2015/01/30 12:27 어린시절은 보모님의 말씀을 잘 들으면 착한 아이였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바르게 가르치고 훈육하는 부모는 훌륭한 부모였고 그분들의 모범은 최고의 자양분이었다. 누구나 그렇게 뿌리를 내리면서 키가 컷고 계절따라 잎이 돋고 지곤 하며 둥치가 굵어졌다. 어른이 된 우리에게 아.. 더보기
오늘 아침 2015/01/27 11:14 창밖 하늘은 빛이 흐려도 내 맘의 창이 햇빛보다 밝은 날 콧노래 흥얼대며 아침을 연다. 바람이 벗겨버린 자동차 커버 스피크에서 들리는 이장님의 목소리 소음도 노래가 되는 놀라운 축복. 쫄랑쫄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꼬리로 얼굴을 치는 놈과 꼬리에 얼굴을 맞으며 방문 열리기를 고대.. 더보기
걸음걸음 오시는 봄 2015/01/24 13:46 겨우내 버려 둔 밭으로 갔다. 서리꽃 핀 상고대 아래 작은 텃밭에 엎딘 천년초 위로 엷은 겨울 햇살이 가시에 찔릴까 깨금발이다. 죽지 않고 죽은 척 널부러진 도라지를 지나 오갈피 나무 곁에서 만나는 방풍. 준베리도 옷을 벗어 사과 나무 빼빼목 사이 이 놈인지 저 놈인지 딛으면 얼음처.. 더보기
젊은 날을 위한 시 2015/01/22 17:36 가까스로 버티는 삶과 충전된 삶의 차이란 뭘까 불쑥 의식도 없이 던졌을 법한 말의 의미를 곰곰 씹어본다. 누구에겐들 시험으로 가득한 이 생의 준엄함을 가볍다고 할 것인가 타고난 성향과 기질을 핑게 삼지 않고 인생을 바라보는 통찰을 지녀 선택의 기로에서 영원한 관점을 놓치지 .. 더보기
바람의 향기 2015/01/17 17:10 그가 건네는 외마디에 비릿한 슬픔의 냄새. 웃음을 가장한 울음으로 진종일 허허벌판을 누비다가 야위고 창백한 손으로 밤새 나의 창을 긁었지 잠을 떨치고 창을 열어 바람과 악수했다. 슬픔을 밀어내기 위한 슬픔과의 손잡음. 후두둑 흑암 중에 빛나던 별들이 내게로 왔다. 슬픔이 결이 .. 더보기
반성문 2015/01/16 17:08 일방통행은 금물 오해에서 비롯된 꾸짖음은 조근조근한 해명 앞에 부끄럽고 당황스럽다. 사랑이라고 혼자 애태우다 잠을 설치곤 이리 하라 저리 하라 조급함을 드러내니 어른스럽게 타이르는 딸의 즉흥적이고 단순하다는 지적까지 감수해야 했다. 왜 항용 창을 통해 들여다 보듯 나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