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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단상

뽀야들과 밤 데이트

 

                               

 

늦은밤 강아지 두녀석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집 마당을 나서는데 동편하늘에 하현달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어 탄성이 나왔다.

뽀미에게 대고

'뽀미 저 달 좀 봐! 이쁘지?'

산책길에 신바람 난 녀석은 쭐레쭐레 엉덩이를 흔들어 대며 나를 앞서 간다.

 

산책길에 전화기를 꼭 가져간다.

작은딸과 통화하기엔 강아지들과 함께 하는 시간대가 좋다.

여덟해 전 솜털이 뽀송뽀송하던 뽀송이를 안고 들어 온 작은딸은 저가 뽀송이 엄마라 하고

할머니가 되는 서열이 싫다며 나는 내가 뽀송이 엄마라고 우겨 결국 뽀송이 엄마가 되었다.

'산책 나왔어 뽀야들하고'

통화하다 말고 가끔 뽀송이 귀에 대고 작은딸의 목소리를 들려 주기도 하는데

녀석은 목소릴 알아 듣고 전화기를 햝으며 애정을 표시하기도 한다.

 

뽀미는 일본의 시바견과 모습이 흡사한데 사냥 솜씨가 보통 아니어서 풀어 놓고 키울 때는

비둘기도 잡고 토끼도 사냥한 적이 있다.

잽싸고 탄탄하나 아주 유순한 녀석인데 고양이만 보면 흥분하여 날뛴다.

오늘밤 우리가 지나야 할 길목에 몇마리의 고양이가 보였다. 고양이 가족이었다.

새끼가 셋, 그리고 어미.

 

세마리 고양이가 분산되어 흩어져도 어미는 그 자리를 그냥 지키고 있고,  뽀미는 먼 거리서부터

고양이를 향해 돌진할 태세여서 뽀송이를 한팔에 안고 뽀미 줄을 단단히 움켜쥐고 저지했다.

평소 같으면 도망갈텐데 어미는 비장한 자세로 등을 구부렸다.

새끼들을 보호하겠다는 몸짓인거다.

 

 

 

 

 

누가 말릴 수 있을 것인가

모성이 강한 고양이 어미를..........

 

뽀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만히 있거라. 아가들 놀라면 안돼'라며 달래니 가만히 기다려 준다.

 

고양이 어미는 세 마리의 아가들을 데리고 천천히 우리가 갈 길로 먼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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