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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의 사연

환자들만 모르는 사실

美, 투약 실수 등으로 年 15만명 상해·7000명 사망
같이 복용하면 부작용 생기는 약 처방 사례 많아
통계 없는 보건복지부, "미국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환자들이 모르는 엄청난 비밀이 있다. 약 때문에 사망하는 약화(藥禍)사고 사망자가 1년에 수 백, 수 천명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관절염 환자가 우울증 약을 먹고, 약 1㎎을 복용해야 할 어린이가 100㎎을 먹는 일이 다반사다.

대부분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 과정에서 생기는 실수 때문이다. 약 자체의 부작용이나 변질된 의약품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의사, 약사, 제약사, 심지어 정부도 이 문제가 드러나길 원치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약화사고로 사망하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심지어 환자나 환자 가족은 약화사고를 당해도 그것이 사고인줄 모르고 그대로 넘어가고 있다. 아주 복잡 미묘하게 얽혀 일어나는 약화사고를 의학 지식이 없는 환자가 알아채거나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약화사고 사망자 얼마나 많나

미국의학연구원(IOM)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미국인 15만명이 병원 처방약 오류 등으로 병이 악화되거나 상해를 입고 있으며, 투약 실수로 죽는 사람은 한해 7000명에 이른다. 2003년 일본 후생노동성도 2001년 한 해 동안 1239명이 약화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일반의약품이 아닌 전문의약품 사망자만 1239명이다. 영국 국립의료원(NHS)도 지난 3년간 의약품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1만3000명이고 이중 30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약화사고 사망자는 얼마나 될까? 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팀은 지난 1월 발간한 '의약품 사용과오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통계자료가 보고된 바는 없지만 발생률에 있어서는 (미국 일본 등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인구 대비로 볼 때 우리나라도 연간 800~1000명이 약화사고로 사망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다. 약 좋아하는 국민성을 감안하면 약화사고 사망자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는 "약화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수 백 명이 죽는지, 수 천 명이 죽는지, 정확한 실태조사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약화사고 왜 생기나

약화사고가 생기는 가장 흔한 원인은 의사의 처방 잘못과 약사의 조제 실수다. 그 밖에 약 자체의 부작용과 의약품 관리 부실로 인한 변질 등도 약화사고의 원인이 된다.

의사의 처방 잘못 중에선 '병용(倂用)금기'와 '연령(年齡) 금기'를 어긴 것이 가장 많다. 병용금기란 비록 각각의 약물은 안전하더라도 두 약을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약들을 처방하지 말아야 하는 원칙이다. 연령금기란 나이에 맞지 않게 처방할 수 없는 원칙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1~9월 전국 병·의원에서 병용금기 1만464건, 연령금기 1만187건 등 총 2만651건의 금기약 처방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특히 동시에 복용하면 위장관 출혈이나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는 소염진통제 '케토롤락 트로메타민'과 '아세클로페낙'의 처방이 1677건(16%)으로 전체 병용금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엔 컴퓨터로 처방전을 입력하기 때문에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엔 판독이 어려울 정도로 약 이름을 흘려 써 약화사고가 일어나는 일도 많았다.

약사는 의사가 처방한대로 약을 조제하지 않거나 복약지도를 잘못해서 약화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그 중에서도 처방한 약의 용량을 잘못 조제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소아 환자의 감기약 시럽 용량을 잘못 조제하는 경우가 특히 많다. 예를 들어 하루 40㎎/㎏ 처방 했는데, 400㎎/㎏을 조제하는 것과 같은 실수다. 그 밖에 의사가 처방한 약 중 일부를 실수로 빼 먹고 조제하거나, 처방하지 않은 약을 더해서 조제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또 하루 한 번 복용해야 할 약을 하루 세 번 복용하게 하거나, 식후에 복용해야 할 약을 식전에 복용하도록 잘못 복약지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변질된 약을 조제해 약화사고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 약 이름이나 색깔이 비슷해 발생하는 약화사고도 많다. 수술실에서 쓰기 위해 처방한 마취약 처방전을 수술 후에 다시 써서 수술을 끝낸 환자가 다시 마취가 되는 것과 같은 단순 착오로 인한 사고도 드물지 않다.

한편 의사나 약사의 실수가 아닌 약 자체 부작용으로 인한 약화사고도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보고된 약 부작용 보고 건수는 2004년 907건, 2005년 1841건, 2006년 2467건, 2007년 3750건으로 미국(42만 건), 일본(3만 건)보단 적지만 매년 40% 이상 늘고 있다. 발진, 어지럼증, 매스꺼움 등 비교적 미미한 부작용도 모두 포함된 수치다.

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팀 오창현 사무관은 "지금까지 약화사고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하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미흡했다. 의·약사가 약화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정부 차원의 약화사고 관리 시스템과 전담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2/26/20080226010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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