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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의 사연

2월 23일

2월 23일 ①

오늘이 2월 23일이다. 이 날은 나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깃든 날이다. 1974년부터 해마다 이 날이 되면 금식을 한다. 그 사연인즉 이러하다. 74년 2월 23일에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때다. 그날은 유난스레 추운 날이었다. 중요한 정치범을 수감하는 0.7평의 좁은 방에 혼자 있으면서 뼈 속 깊이 파고드는 추위를 견디기가 몹시 힘겨웠다. 추위가 심하여지니 오후쯤에는 다리뼈를 비트는 듯이나 저리고 아파왔다. 나는 추위를 이겨보겠다고 서서 뜀박질을 하다가, 찬송을 부르다가, 기도를 드리다가 온갖 노력을 다하였다.

그러나 뼛속으로 파고드는 추위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성경을 펴고 성경 속에서 ‘불’자를 찾기 시작하였다.

성경 속에 기록된 불에 대한 기사를 찾아 읽으며 추위를 견디어 보려는 생각에서였다. 창세기에서 시작하여 불에 관한 기록을 찾기 시작하였다. 첫 번째로 찾은 불은 출애굽기 3장에서 모세가 호랩산 기슭에서 양떼를 치던 때에 떨기나무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길이었다. 여기서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로서의 소명을 받은 장면이다.

이어서 사사기서에서 기드온 장군이 항아리에 횃불을 숨긴 채로 게릴라 작전을 펼친 이야기, 열왕기서에서 엘리야가 갈멜산 정상에서 바알 제사장들과 하늘로써 임하는 불로 겨룬 이야기, 이사야서에서 청년 이사야가 성전 제단 앞에서 체험한 불 이야기 등을 구약에서 읽은 후에 신약에 들어가 맨 처음 나온 불에 관한 기록은 마태복음 3장에서 세례 요한이 예수님에 대하여 일컫기를 ‘불과 성령으로 세례를 주러 오실 분’이라 소개한 부분이다. 이어서 누가복음 12장 49절에서 다음 같은 말씀을 읽게 되었다.

“내가 세상에 불을 던지러 왔노니 이 불이 이미 붙었으면 내가 무엇을 원하리요”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정신이 번적 들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불을 던지러 오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세상에 던진 불이 이미 붙었기에 만족스러우시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두 손을 모으고는 간절히 기도드리기 시작하였다

“이 땅에 불을 던지러 오신 예수님 지금 제가 너무나 추워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오니 제발 저에게 불을 좀 던져 주시옵소서”하고 기도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가복음 12장 49절에서 예수님께서 친히 이르신 말씀 “내가 세상에 불을 던지러 왔노니 그 불이 이미 붙었으면 내가 무엇을 원하리오”는 말씀을 읽으며 나에게 성령의 불이 임하여 이 모진 추위를 이기게 해 달라고 기도를 시작한 후에 그 다음으로 사도행전 2장 1절에서 4절까지에 오순절 성령의 불이 모인 무리들 위에 임하였던 말씀을 읽었다.

“오순절날이 이미 이르매 저희가 다같이 한 곳에 모였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온 집에 가득하여 불이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저희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더니 저희가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이 부분을 읽던 때에 홀연히 내 몸에 임하는 변화를 느끼게 되었다. 추위가 가시고 온 몸에 훈훈한 기운이 감도는 느낌이었다. 나는 의아스러워 온 몸을 더듬다가는 마룻바닥을 짚어보았다. 차가운 마룻바닥이 온돌방처럼 따뜻한 것이었다. 처음엔 내가 너무 불, 불하고 불을 찾으니까 자기최면에라도 걸린 것일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내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오르는 기쁨과 감사를 느끼게 되면서 최면에 걸린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성령의 불이 임하였음을 실감케 되었다. 그대부터 추위는 완전히 가셔지고 나는 감격과 기쁨에 휩싸여 마치 천국에 있는듯함을 느꼈다. 그러기를 3, 4시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다음 날 나는 그 체험을 기리기 위해 하루를 금식하며 살아계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해마다 2월 23일이 되면 하루를 금식하며 1974년 2월 23일에 서대문 서울구치소 안에서 있었던 영적 체험을 기념하고 있다. 올 해도 2월 23일을 맞았기에 하루를 금식하며 34년 전의 그 날을 되새기며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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