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 썸네일형 리스트형 빌려 온 고향 마을에서 집으로 들어서는 마지막 골목 옆에는 나무 정자에 비스듬히 노구를 기대고 선 왕버들이 있다. 버드나무가 늘어 뜨린 실가지 사이로 강 건너 바라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워서 볼 때마다 경탄하곤 한다. 나의 고향은 회색빛 도시 부산. 전후세대에 성장기를 보낸 나는 달리면 뽀얗게 먼지 폴폴 일어나는 신작로에서 뛰어놀며 자라났다. 문학을 하며 시골 태생의 작가들이 비밀 무기처럼 보여주는 고향에 관한 무궁무진한 기억의 단편들이 늘 부러웠다. 실개천, 올챙이, 각가지 풀꽃들과 나비와 벌. 정겨운 낮은 담장 따위 산마을은 산마을 대로 강마을은 강마을이 품은 모래톱과 꼬물꼬물 성인이 되어서도 살아 꿈틀대고 있을 기억 속의 조가비 같은 추억들. 그것들은 아무리 부러워해도 나로서는 근원적으로 가질 수 없는 그들만의 보물..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