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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와 이웃 2015/04/07 01:12

 

 

 

낙타가 부탁을 했다.
추위를 피하고자
코만 천막 안에 넣게 해 주기를
그 큰 몸을 천막에 들이 밀고
주인을 쫓아 내는 일의 시작은
사소했다.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창고로 사용하는 아랫채 흙집 지붕을
자르자고 했다
뻗친 지붕이 차지한 공간 만큼
내집에 붙여 창고를 짓겠다는
낙타의 심산에
무슨 답을 해야하나 마음 쓰였다


건축법 운운하기 야박해 보이고
도시도 아닌 시골에서
인정 사납다 여길 것을 걱정하였다


어떤 당위성도 없이
들이 미는 낙타의 목을 제지했다


멀쩡한 지붕을 자르자는 요구가
부끄러운 것인지도 모르고
일관성 없음의 부끄러움도 모르고
어제와 딴사람이 된 그가
이 화사한 봄날
굳어 딱딱한 얼굴로 쌩쌩 찬바람을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