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다
한껏 높은 목소리로 딸이 나를 불렀다
삼 십 육년이란 시간 저편에
꼬맹이 아가였던 딸이
시간을 훌쩍 건너 와서 축하를 보낸다.
엄마, 1978년 2월 18일
침례를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이란 어두운 긴 터널에서
앞을 분간하지 못하던 내게
혼돈을 잠재운 진리의 밝은 빛
그 빛 안으로 걸음을 떼고
걸어왔던 서른 다섯 해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진리에 가르침을 더하는 동안
아이들은 빛의 동지에서 자라나고
나름의 나래를 펼쳤으나
홀로 빛을 발하는 존재가 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던 딸들
나와 타인을 위한
구원의 반열
성전을 방문할 수 있는 추천서를 발급 받고
합당성이 기뻐
함성을 지르던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