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용서할게*

 

 

 

설령 이제서야 겨우
말하기 시작했다 하자
가시나무새의 단 한번의 토로


그것이 미움을 근거로 했건
원망과 앙갚음 혹은 복수라 하자
어떻게 짙은 흙탕속에 그처럼 투명하고 붉은 꽃
아서라
당신은 그 꽃,
꽃잎을 끝내 흩뿌리지 못한다


나는 이미 알고있다
우리는 미움으로 상처 받기에는 서로가
서로의 사랑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가끔은 당신의 사랑이 너무도 아파
산 울음 같은 거대한 울음 울고파지고
앙금같은 그리움 건드리지 말자며
한 생을 안타까이 숨죽이고 사는 당신
당신의 어깨가, 그 여윈 어깨가
못견딜 만큼 안아 주고 싶은 순간도 있다는 것


계절이 바뀌는 길목마다 지켜 서서
아련한 공기로 떠돌고 있는 사람
부치지 못한 편지가 켜켜이 쌓여가도
가슴에 이는 바람
펼쳐 보이지 못할 사람


그것이 오랜 미움이었다고 하자
원망 혹은 증오였다고 하자
이제 당신은 말하기 시작했으므로
그간의 발설치 못한 한을 지울 수 있다
당신의 아픔 하나 지울 수 있다면
무엇이건 내가 참아내지 못하랴


감히 용서라고 말해도 괜찮다면
용서할게
이번엔
내가 당신을 용서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