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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절을 올립니다.

울분을 거느리고
한여름 소나기 같은 울음
풀어내릴 줄도 모르셨던지
어느날 새벽에 돌아누운 등 너머
가슴을 밀착하며 누울 때에
벼게가 눈물로 젖었음을 알았습니다.
 
어머니
당신이 흘린 눈물은 바다가 되었습니다.
낮 12가 되면 싸이렌이 울리고 
육지와 섬을 잇던 다리가 이음새를 끊고
하늘을 향해 높이 들리워졌습니다.
당신도
하루에 단 한번만이라도
하늘 향한 솟구침을 꿈꾸어 보셨던지요?
 
어떤 언어로도 구체화 되지 못한 사연들이
잠 못드는 밤마다 꽁꽁 동여맨 기억의 밧줄을 풀고
눈물의 바다위에 한 척 배를 띄우면
망망 대해로의 항해가 시작되곤 했겠지요.
 
전쟁의 포화속에서 삶은 뒤죽박죽 얽힌 실타래와 같고
해법은 없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사랑할 뿐이었으니
그 사랑을 먹고 자란 저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천마산에서 자갈치 앞바다를 굽어보며
삶과 죽음을 고뇌하던 당신은
어린 나무에게 햇빛이 되고 빗물이 되는 삶을 선택하였지요.
 
고맙습니다.
당신이 가눌 수 없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신 등
당신이 강당할 수 없는 슬픔을 견디면서 흘리신 눈물
당신이 누구와도 나누어 갖지 못한 외로움에게
당신의 서러움에게, 아픔에게, 상처에게
큰 절을 올리는 추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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