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성으로 시를 쓰는 일을 그만 두리라 하고 아예 블로그에 출입을 않다보니
그나마 붙들고 있던 시를 향한 애정도 바닥이 날 즈음, 도통 시에 대한 관심조차 없던
큰딸의 전화를 받았다.
"제가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이제 엄마가 쓰신 시가 가슴에 와 닿아요.
요즘 엄마 시집을 읽으며 엄마의 느낌을 이해하고 표현하고저 하신 의도를 깨닫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시는 제게 너무나 어려운 것이었거든요."
그러면서 왜 엄마는 시를 쓰지 않냐고 물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을 준비해가며 아빠가 날마다 올려 놓는 수필을 읽고 나름 자기 기준에서
안녕의 여부를 진단하는 일이 즐겁다고 한다. 글을 통한 유대감에 먼 이국에 있음에도 함께 하는 듯이
위안을 받는다고도 했다.
엄마의 시를 읽고 싶으니 주문한다는 딸의 말에, 등단하고 졸시일지라도 하루 한 작품을 쓰지 않고는
잠자지 않던 열정의 시간이 떠올랐다.
길을 걸을 때나 설거지를 할 때, 잠자리에 누웠다가도 시상을 잡기 위한 애씀이 있었는데
시골로 옮겨온 이후 시간과 거리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문학과 관련된 모든 연결고리를 스스로 벗어버렸다.번거로움이
없어 자유로와 좋았고 모임이나 약속의 굴레에서 시간을 뺏기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무한 자유와 그것으로 얻는 여유로움에는 지불되지 않은 자기연마와 부단한 노력의 결여로
좋은 작품을 얻지 못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실이 있건만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사랑하는 딸의 원고 청탁에 백지의 무거움이 다시 되살아 난다.

시를 쓰고저 컴 앞에 앉거나 책상을 마주하고 앉으면 하얀 백지가 그렇게 무거울 수 없다.
<<새로움에 대하여>>
새롭지 않은 것이 있는가
어제 그 자리
오늘 이 자리
변함없는 위치지만 시간이 다르다.
어제 죽었다가 오늘 다시 살아난 우리
날마다 부활하는 우리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야 한다.
뒤를 돌아보면
치졸하고 나약했던 내가 그기 있지만
나이 들어 감에 따라
영적인 힘으로 강화되어 가고 싶다.
내게 너그러운 잣대를
타인에게 적용하고
용서 구하는 법을 익혀
용서하기를 배우고 싶다.
한 생애 주어진
시간이라는 자산
그 시간 동안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값진 선물을 어찌 사용할 것인가는 전부
오로지 나의 몫이다.
사라져버릴 가치없는 것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않다.
주님께로 향한 나의 걸음마다
늘 새롭고 싶다
멈추어 선 걸음이 아니라
진보하고 발전하며 온전함을 추구하리라.
마음의 순결을 위해
생각을 정갈히 하고
봉사의 기쁨으로 충만하게 되며
팔의 경계를 넓혀
아낌없이 사랑을 키워 가리라.
주님 보시기에 날마다
새롭다 하심을 진정 얻기 원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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